기대득점은 슈팅 하나가 들어갈 확률을 과거 데이터로 환산해 더한 값이다. 팀이 만든 기회의 질을 양으로 바꿔 보여 주는 도구인 셈인데, 이 값이 크다고 해서 골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확률이 높은 슈팅을 여러 번 허용해도 골키퍼가 선방을 이어 가면 실점은 0으로 남고, 반대로 확률이 낮은 중거리 슛 한 방이 경기를 뒤집기도 한다. 그래서 기대득점은 결과를 예고하는 지표가 아니라 과정을 되짚는 지표로 써야 한다.
기대득점이 작동하는 조건은 표본이 충분히 쌓였을 때다. 한 경기나 두세 경기에서는 확률과 결과의 간극이 너무 커서 아무것도 말해 주지 못한다. 예를 들어 한 팀이 문전에서 결정적인 슈팅을 세 번 만들고도 무득점으로 끝났다면, 그 경기의 기대득점은 높게 찍히지만 승점은 0이다. 상대팀이 이 지표를 인지하고 있다면 오히려 먼 거리 슛을 내주고 박스 안 진입을 봉쇄하는 쪽을 택할 수 있다. 낮은 확률의 슛을 유도해 기대득점을 억제하는 대신, 역습 한 번에 실점할 위험을 떠안는 선택인데, 이는 결과가 나쁠 때 감독이 곧바로 비판받는 대가를 치른다.
중계 화면은 공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기대득점을 제대로 보려면 슈팅이 나온 순간보다 그 전 몇 초, 즉 공을 받은 선수의 위치와 수비 라인의 간격을 먼저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왼쪽 측면에서 컷백이 들어올 때 문전에 몇 명이 침투했는지, 수비수가 공 쪽으로 끌려 나갔는지가 슈팅의 확률을 결정한다. 다시보기로 그 장면을 돌려 보면 기대득점이 왜 그렇게 산출됐는지 납득이 간다. 해설이 슈팅 각도나 수비수와의 거리를 짚어 준다면 그 발언을 지표 해석의 실마리로 삼을 만하다.
축구는 다른 종목보다 득점이 드물게 나오는 종목이다. 한 경기에서 골이 한두 개에 그치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승패만으로는 팀의 실제 경기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여기에 수비 전술이 정교해지면서 슈팅 개수 자체가 줄었고, 남은 슈팅 하나하나의 질을 따져야 할 필요가 커졌다. 경기당 슈팅 수가 많던 시절에는 개수만 봐도 대략적인 흐름이 잡혔지만,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때렸는지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참고: https://essay99103.tistory.com/22
처음 보는 사람은 슈팅이 골대를 벗어나면 아쉬움만 남기고 넘긴다. 오래 본 사람은 그 슈팅이 나오기까지 수비 블록이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본다. 예를 들어 문전 혼전 상황에서 공이 흘러나와 한 선수가 논스톱으로 때렸다면, 그 슈팅의 확률값은 낮게 잡히지만 실제 위협은 컸을 수 있다. 반대로 각도가 좋고 수비수가 없는 상황에서의 슈팅은 지표가 높게 잡히는데, 그 장면이 나오기까지의 패스 연결이 단순했다면 재현성이 떨어진다. 이 차이는 슈팅 직전 몇 초의 장면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에서 갈린다. 참고: IFAB 경기규칙 홈페이지
잔디 상태가 나쁘면 볼 컨트롤이 흔들려 슈팅 정확도가 떨어진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패스 속도가 빨라져 수비 라인이 무너지기 쉽고, 그만큼 문전 기회가 늘어난다. 바람이 강한 경기장에서는 크로스의 궤적이 달라져 헤더 슈팅의 확률이 낮아진다. 이런 변수는 지표 산출에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에, 같은 기대득점 수치라도 어떤 조건에서 나온 것인지 따져야 한다. 예를 들어 폭우 속에서 기록된 높은 기대득점은 평소보다 재현 가능성이 낮다고 봐야 한다.
기대득점이 높은데 진 경기는 어떻게 봐야 하나. 그 경기의 기대득점은 팀이 만든 기회의 질과 양을 반영할 뿐, 마무리 능력까지 보장하지 않는다. 슈팅을 만드는 과정이 좋았다면 다음 경기에서도 비슷한 기회가 나올 가능성이 크므로, 한 경기 결과만으로 전술을 바꾸는 것은 성급하다. 다만 여러 경기에서 기대득점이 계속 높은데도 득점이 없다면 마무리 훈련이나 선수 구성 자체를 점검할 시점이다.
기대득점이 낮은 팀이 이기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하나. 낮은 확률의 슛이 들어가는 것은 반복되지 않는 사건이다. 한 경기에서 그런 골이 나왔다면 운이 따른 것으로 보는 게 맞고, 시즌 내내 그런 결과가 이어진다면 상대의 방심이나 특정 선수의 결정력 같은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지표 하나만으로 원인을 단정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지표를 볼 때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나. 경기 전체 수치보다 슈팅 하나하나의 위치와 상황을 보는 것이 먼저다. 박스 안 슈팅이 몇 개였는지, 세트피스에서 나온 것인지, 역습 상황이었는지를 구분하면 수치의 성격이 달라진다. 이 구분 없이 총합만 비교하면 서로 다른 성격의 경기를 같은 잣대로 재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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